[월명동 이야기]
겨울잠 자는 잔디
글 : 정명석 목사님
올라오면서 잔디를 파보니 생각과 달랐습니다. 잔디가 봄이 되어서 바닥에서 기어올라온다고만 생각하면 안됩니다.
나는 굉장히 연구적인 사람입니다.
잔디가 새롭게 올라온 것이 아닙니다. 이미 싹을 다른 것이 싸고 있어서 그 안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지금 많이 밟아서 겉에서 싸고 있는 것이 없어져서 파란 것이 겉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새롭게 올라온 것이 아니고, 이미 겨울철에도 눈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른 줄기를 이불처럼 덮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고, 겨울철에도 잔디줄기를 까보면 그 안에 싹이 들어있던 것입니다. 그것이 봄이 오면 그대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눈에서부터 새싹이 틔여서 올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연산홍도 동일합니다. 양달의 연산홍이 죽어 가는 것처럼 붉더니 봄이 되니 그것이 그대로 파란빛이 납니다. 응달 연산홍은 다 떨어져서 져버렸는데요. 어떻게 잎이 그렇게 빨리 올라오나 했더니, 그 잎이 안 죽고 있다가 그대로 색만 변하는 것입니다. 봄이라고 다시 잎사귀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겨울에 있던 잎이 연속되는 것입니다.
잔디도 밑에서부터 올라오나 했더니 그런 것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껍질로 말고 있다가 그대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겨울에도 배추의 속잎처럼 그 안에 들어있었던 것입니다. 거죽은 죽었어도 그 알맹이는 시퍼렇게 살아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사람들도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하듯이, 다 죽은 것 같았던 잔디의 속잎이 다시금 기어올라오는 것과 같습니다.
잔디를 안태우면 안됩니다. 불을 놓아야 벌레가 안 생깁니다. 불로 벌레의 알을 다 죽여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잔디는 5-6년이 되면 노쇠 되어서 중간중간 떠내고 갈아버리지만, 우리는 한번도 안 갈았습니다. 우리는 하도 밟아대서 1/3은 죽어 버리기에 그것이 솎아준 것이 되어서 괜찮은 것입니다.
잔디 관리란 너무나 어렵습니다. 노력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관리의 원리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한 줄씩 떠서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키우며 물갈이를 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안 합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2-3년씩 못 앉을 것입니다.
잔디 농사를 짓다보면 잔디 연구가 나오고, 종교 농사를 짓다보면 종교 연구가 나옵니다. 자기가 하다보면 거기에 대한 연구가 나옵니다.
무엇을 시키면 처음에는 못하지만, 못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자꾸 해버릇하면 주인이 되고, 기술자가 되는 것입니다. 조경하는 것도 우리가 자꾸 하니까 우리가 기술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보통 사람이 해서는 마음에 안 듭니다. 또 우리가 기술자가 되니 돈이 안 들어가고, 부담이 안됩니다. 시중드는 것이 없이 본인이 하니까 좋습니다.
본인이 노력하고, 본인이 열심히 하면 본인이 기술자가 되고, 본인이 연구자가 되는 것입니다.
- 정명석 목사님의 1998년 3월 7일 아침말씀 중
사진 출처 : 월명동 사이트(wmd.god21.net)
[ 정명석 목사님의 월명동 이야기 더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