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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그를 본 사람들

목련 나무 [한 편의 큰 가르침]

 

한 편의 큰 가르침

 

 

목련 나무

 

 

선생님(정명석 목사)께서 월남전에 참전하고 오신 뒤, 한참 전도에 열중하실 때의 일이다.

 

하루는 어린아이 팔뚝만한 목련 나무 한 그루를 가져 오셔서 마당 한 켠에 심으셨다. 마전 요강리라는 동네에서 말씀을 전해 주었더니 주인이 고맙다며 준 것이라고 하셨다. 몇 년 뒤, 그 나무는 풍성한 목련 꽃을 피워 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러 월명동이 개발되면서 운동장을 넓히다 보니, 어느 새 그 목련 나무가 커서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있었다. 선생님께서 직접 선물로 받아 오셔서 심은 나무라 그냥 베어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 캐다가 다른 데 심어도 죽으니까 그냥 놔 둬

 

 

 

 

 

그래서 선생님께 목련 나무를 옮겨 심어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것 캐다가 다른 데 심어도 죽으니까 그냥 놔 둬" 

 

하시는 것이었다. 

 


난 '목련은 아무데서나 잘 사는 나무인데 왜 그러실까?' 하면서도 선생님이 전도하시고 얻어온 나무라 기념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나무를 옮겨 심으려고 정원사를 불렀다. 나무를 캐기 위해서 한참 흙을 파내던 정원사가 

 

"정사장님, 나무뿌리가 썩었네요. 별일이네. 멀쩡한 나무의 뿌리가 이렇게 썩어 있다니....." 

 

하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썩어 있는 나무의 뿌리가 내 눈에도 들어왔다. 

​"우리 형님께서 이걸 옮긴다고 하니까 '옮겨도 죽고, 이 자리에 놔둬도 죽는다'고 하시더니 정말 뿌리가 썩었네!" 

​"허허, 정 사장님 형님이 무당인가 보네. 아주 딱 맞추셨네. 그러면 나무 옮겨도 죽을 테니까 옮기지 맙시다." 하는 걸 난 혹시나 해서 옮겨 심게 했다. 

이듬해 봄, 아름답고 화사한 목련 꽃을 피워 낸 그나무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의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그 다음 해부터 더 이상 하얀 목련 꽃을 볼 수가 없었다. 

 

 

 

월명동 개발 전 옛 집 앞의 목련

 

 

 

 

나무의 겉이 무성하다고 뿌리까지 멀쩡한 것이 아니듯
사람도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그 삶이 화려한 것이 아니다

 

 

 

 


​선생님께서 월명동에 오셨을 때 목련 나무에 대해서 말씀드렸더니 하시는 말씀이 

 

"나무의 겉이 무성하다고 뿌리까지 멀쩡한 것이 아니듯, 사람도 겉모습이 화려하다고 그 삶이 화려한 것이 아니다. 겉이 화려한 사람도 근심 걱정을 가슴에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심정을 알아주어야 한다." 

 

 

 

 

 

겉으론 행복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상처를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때때로 이웃에 무관심할 때가 있다. 

교회에 잘 나오고 아무 일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 같은 사람 중에도 겉으론 행복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상처를 안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형식적인 인간관계보다 진정 형제를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상처받은 영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교훈의 말씀일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어가는 영혼은 없는지, 예년보다 이른 꽃 소식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글 : 정범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