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목사님의 삶]
배부른 자에게 진수성찬을 대접함보다
가난하고 배고픈 자에게 한 술 밥을 대접하는 것이 더 크다
글 : 정명석 목사님
고향에서 부자와 거지를 대접하고 돌아온 그날 밤 주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사람에게 있어서 어려움을 당할 때 도와주는 일이 얼마나 값있고 필요한 일인가를 깨우쳐 주셨다.
내가 평신도 시절 때 심방 다니면서 병을 낫게 기도해 주었던 한 부잣집이 있었다. 1977년 12월 24일이었다. 포켓의 푼돈을 모두 털어 시장에 나가 밤 넉 되를 사 잘 싸서 그 부자에게 선물했다. 그러나 그 부자는 "이까짓 밤, 가마니로 있는데 뭘 사왔느냐"고 하면서 밤 늦게 돌아올 때까지 끌러 보지도 않았다. 그때 나는 '아예 이럴 바에야 차라리 거지들에게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갖다 줬더라면 나았을 것을...'하며 찜찜한 마음으로 나왔다. jms 정명석
며칠 후 다시 장날에 나오게 됐다.
돈은 없지만 누구에게 뭘 좀 사서 주고 싶었다. 그런데 모두 손에 들고 어깨에 지고 머리에 이고 한 잔씩 먹고 취하고 오히려 나보다 나은 사람뿐이었다. 나는 장날이지만 돈이 없으니까 뭘 사고 자실 것도 없는 빈손이었다. 내가 포켓을 털어서 도와줄 사람이라고는 찾아도 없었다. 싸구려로 파는 부피가 많고 배가 부른 건빵 넉 되를 호주머니를 털어서 사서 들었다. jms 정명석
찾아간 곳은 바로 다리 밑 거지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거긴 꼬마 거지로부터 어른 거지까지 다 있기로 물어보았더니 다 한집 식구들이라고 했다. 처지를 이야기하고 어린아이들에게 주었다. jms 정명석
잠시 후에 건빵 파티가 벌어졌다. jms
꼬마 거지들이 처음에는 건빵 봉지만 쳐다보더니 맛이 있으니까 나를 쳐다보고 아저씨라고 했다. 조금 있으니까 삼촌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배가 부르니까 좋아서 나를 보고 아빠라고 했다. 어른 거지가 아들 거지를 보고 툭 치면서 눈을 부릅뜨며 "이것들이 배가 부르니 뵈는 것이 없나"하고 "먹을 것을 주면 다 애비냐"고 혼을 내었다. 나는 그때 마음으로 그까짓 것을 이해 못 하고 참으로 거지는 거지구나 생각했다. jms
잠시 후에 그 어른 거지가 나를 보고 교회 다니느냐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계급이 뭐냐고 물었다. 교회는 군대같이 계급으로 따지지 않는다고 하니 그럼 목사냐고 물었다. 아니고 그냥 교회만 직책도 없이 다닌다고 말했더니 목사가 아니라도 나는 목사라고 부르겠다고 하며 나보고 성을 묻더니 정 목사님이라고 불렀다. 금산 시내 목사님들이 그렇게 많아도, 바라지도 않지만, 한 번도 건빵은 커녕 사탕 하나도 사 가지고 오지를 않았다고 하며 목사보다 낫다고 교회에서 제일 높은 목사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아니, 건빵 몇 되 사 왔기로 아무것도 아닌 평신도를 목사로 부를 수가 있느냐"고 부르지 말라고 했다. 아까 자기 아들한테 한 일을 생각하고 자기도 피장파장이라고 하며 웃었다.
해가 너울너울, 때가 되어 인사하고 다시 밑을 걸어 나왔다. JMS
계단을 올라와서 뒤를 돌아 봤더니 또 와 달라는 듯 아들 거지로부터 어른 거지까지 손을 좌우로 가식 없이 아쉬운 맘으로 흔들었다. jms
마치 내가 거지의 구세주나 되는 것같이 느껴지며 눈시울이 나도 모르게 뜨거워지면서 돌아서 왔다. 그날 나의 장(場)은 이것이었다.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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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석 목사님의 삶] 저 정말 살아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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