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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그를 본 사람들

찢어버린 사진 (1)

 

 

 

벚꽃이 망울을 터뜨리던 어느 봄날 책장을 정리하던 중, 책갈피 속에서 빛바랜 사진 한 장이 떨어졌다. 조도가 맞지 않았는지 사진의 색감이 떨어지고 내 얼굴이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아 그냥 찢어 버리고, 책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하는데 찢어진 사진 한쪽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찍은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찢어진 사진을 대충 맞추어서 자세하게 바라보니 이미 고인이 된, 진산에 사시던 박ㅇㅇ씨였다. 그 집과 우리 집안은 오랫동안 서로 잘 지내던 사이였다. 

'잘 보고 버릴 걸. 이분하고 찍은 사진이 없을 텐데.' 

 

하고 후회가 되었다. 


이분은 시골에서 보기 드물게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셨다.

사냥도 좋아했고, 금광 일을 했기에 늘 월명동을 거쳐 지나다녀서, 나 역시 어려서부터 잘 알던 사이였다. 내가 어려서 고향을 떠났다가 월명동 개발할 때 인사차 들렀더니, 이분은 군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하고 계셨다. 

 

 

 

어느 주일날

 

 

 

 


어느 주일날, 월명동에서 예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박ㅇㅇ 씨가 오셨다. 

 


"아니, 어쩐 일이세요. 예배 드리러 오셨어요?" 

"응. 예배 드리러 왔어." 

 


하면서 매우 쑥스러워하셨다. 

 


"종교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요?" 

"맞아, 좋아하지 않지. 그렇다고 무신론자도 아니고." 

"어떻게 여기 와서 예배 드릴 생각을 하셨어요?" 

"사연이 있어. 아무튼 얘기할 때가 있을 거야. 오늘은 바쁘잖아. 예배도 드려야 하고." 


섭리 회원 중에서 이분께 성경 말씀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소문은 들었지만 교회에 나오리라고 전혀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 월명동에서 산책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박 의원이 오셨다. 

 


나 : "바쁘지 않으세요? 여기까지 웬일이세요?"

 

박 의원 : "여기에 볼 일이 있어서. 누가 광산 일을 해 보겠다고 찾아왔었어. 그래서 광산이 어떻게 됐나 둘러보려고 올라왔네. 바쁘네?" 

나 : "늘 그렇지요. 이 상태로 가면 평생 끝이 없겠네요." 

박 의원 : "자네 형제들은 참 성실하고 부지런해. 정명석 총재도 그렇지만 둘째 광석이 형도 대단해. 광산에서 일하다가 머리를 다쳐서 피가 나서 어지럽다고 하면서도 수건 동여 매고 끝까지 일했다고 하니까. 총재도 보통 사람인가? 총재도 그냥 된 것이 아니야.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예전부터 보통 사람들하고 달랐지 . 처음에는 사람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점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다 앞서가는 사람들이 겪는 일이지." 

나 : "예전에 자주 만나셨나요?" 

박 의원 : "나이 차이가 많아서 일부러 만나서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그런 일은 없었지만, 우리 집하고는 어르신들끼리도 잘 지내던 사이기 때문에 유심히 보게 됐지. 내가 광산 일하러 다닐 때 월명동을 지나다니면서 보기도 하고, 장에 갔다 오는 것을 진산에서 보기도 하고. 내가 광산 일하러 다닐 때는 밤낮 다니니까, 아침에도 가고 오후에 가기도 하니까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지."

나 : "벌써 오래전 이야기네요?" 

박 의원 : "참 세월 빠르지. 총재가 군대 가기 전부터니까 한 이십 년 됐나? 내가 광산 일하러 이 길로 지나가면 총재도 나무를 해서 오다 가다가 가끔 만날 때가 있었지.

 

 

어떤 때는 나무를 해 지고 오다가 지게를 받쳐 놓고 앉아서 성경을 보고 있었어" 

박 의원 : "나무를 하러 다니면서도 성경 읽네."

정명석 총재 : "그럼요. 언제 어디든지 가지고 다닙니다." 

 

박 의원 : "도대체 성경을 몇 번이나 읽은 거야? 그렇게 재미있나?" 

정명석 총재 :  "밥보다 더 맛있고, 소설보다 몇십 배 더 재미있어요. 수백 번 아니라 수천 번 평생 읽어야지요. 형님도 읽어 보시고 하나님 믿으세요." 

박 의원 : "아무리 좋은 책이나 영화도 두 번은 못 보는데 평생 읽어? 나는 재미없어서 못 읽어. 나만 보면 예수 믿으라고 하는데 할 이야기가 그것밖에 없어? 나는 예수 안 믿어." 

정명석 총재 :  "지금은 안 믿어도 언젠가는 꼭 믿을 겁니다." 

박 의원 : "그때는 내가 보기에는 총재가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또 나는 종교에 관심도 없었는데 만날 때마다 예수 믿으라고 하니 '내게 할 이야기가 예수 이야기밖에 없어? 다른 이야기 좀 해 봐' 했더니, 

정명석 총재 : "예! 제 인생에는 하나님과 예수님밖에 없습니다."

박 의원 : "예수가 밥 먹여 주나? 오히려 시간 빼앗기고 헌금도 내야 하잖아." 

정명석 총재 : "밥만 먹여 주나요? 밥뿐 아니라 나의 인생을 바꾸어 주시고 저에게 희망을 주십니다. 희망을 이루어 주실 분도 오직 예수님뿐입니다. 하나님과 예수님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저는 처음에 교회 가서 세상에서 하나님과 예수님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박 의원 : "교회 다닌 지 오래 됐지? 그럼 예수 믿어서 많이 바뀌었나?"

정명석 총재 : "그럼요. 저는 많이 바뀌고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이 바뀔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 의원 : "뭐가 바뀌었는데? 내가 보니 바뀐 게 없는 것 같은데.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도 아니고 뭐가 바뀌었다는 거야?"

정명석 총재 : "겉으로 표가 나지 않지만 제 성격이 변화하고 생활도 변화하고 항상 감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박 의원 : "그래, 알 것도 같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알쏭달쏭 하네."

정명석 총재 :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잖아요. 모든 것이 마음에서 오는 것 아닌가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이 꺾이면 할 수 없지 않습니까?"

박 의원 : "그렇지.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