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
어느 날, 눈이 많이 와서 한 일주일 정도 광산에 일을 못 하다가 일하러 왔는데 눈이 많이 쌓였더라구. 지금은 눈이 별로 안 오지만 예전에는 눈이 많이 왔었잖아. 일 시작한 지 이틀쯤 됐나, 어느 굴 앞을 지나다 보니 굴에 들어간 발자국은 없는데 나온 발자국만 있는 거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정 총재가 거기서 기도했다고 하더구만. 눈 오기 전에 들어가서 눈이 오고 나서 나왔으니 적어도 10여 일을 굴 속에서 있었던 거지. 나로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고 이해되지 않는 일이었어. 그런데 내가 본 것이니 안 믿을 수도 없잖아. 그랬던 사람이 얼마 뒤 바로 월남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한편으로 걱정했지.
'하나님만 알고 예수만 아는 순진한 사람이 전쟁터에서 어떻게 총이나 쏠까' 하고 걱정했네. 그런데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군대 간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진산에서 형을 만난 거야. 무사하게 살아 돌아온 것을보니 얼마나 반갑던지
"어이구, 무사하게 돌아왔네! 정말 반가워."
"예. 잘 계셨어요? 예수님께서 살려서 보내 주셨습니다."
"여전하구만. 군대 가기 전이나 갔다 와서나. 군대 가면 예수 물이 좀 빠져서 올 줄 알았더니 가기 전이나 다녀와서나 하나님 이야기하는 것은 똑같구먼."
"그럼요. 하나님과 예수님께서 살려 주셨으니 더 열심히 믿고 예수님을 위해서 살아야지요. 형님, 지금은 교회 나가세요?
"어지간한 사람이야. 입만 열면 하나님이니."
어느 날, 밤늦게 마실 다녀오는데 우리 집 앞에서 형을 만났어.
"야심한 밤에 어디 다녀오는 거야? 아니면 어디 가는 거야?"
"금산 갔다가 집에 가는 겁니다."
"뭐 한다고 이렇게 늦게 다녀?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어른들 걱정하시겠네."
"금산 장에 갔다가 전도하고, 아픈 사람 기도해 주고, 이야기하다 보니 늦었습니다."
"차 떨어지기 전에 와야지. 차도 없는데 걸어왔겠네. 밤늦게 다니지 마. 위험하게. 부모님들 걱정하실 텐데. 전도도 좋지만 형편과 시간을 봐 가면서 해야지. 안 그래?"
"형님, 나는 하나님과 예수님께 약속했습니다. 월남전에서 살려 주셨으니 제 몸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을 위해서 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무리 위험하고 힘들어도 전쟁터보다 안전하고 낫지 않겠습니까?"
"대단하다. 변함이 없구만. 군대 가기 전보다 더 하네. 안전하든 위험하든 우리 집에서 자고 아침에 올라가."
"아닙니다. 새벽에 교회도 가야 하고 일도 해야 하니 가 봐야 합니다."
"교회 한번 빠진다고 무슨 큰일 난다고 그러나. 자고 가. 고집 부리지 말고."
"제가 할 일도 있고, 제 자신과의 약속이 있으니 가 봐야겠습니다.
"정 그러면 말리지 않겠네. 조심해서 올라가."
그 후에도 여기저기 전도하러 다니고 산기도 하러 다닌다는 소식도 들었지. 그러다가 서울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후에 목회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많은 사람들이 따른다는 소식이 들리니 기분이 좋더라구.
어느 날
어느 날, 형이 월명동에 간다고 하면서 내 사무실에 들렀어.
그때는 차가 월명동까지 못 들어가니 진산에 세워 놓고 앞섶골로 걸어다닐 때니까. 아마 같이 왔었지? 얼마나 반갑던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얼굴도 변한 것이 없고, 하는 행동도 변한 게 없어. 정 총재는 특징이 있어. 집에서 밖으로 갈 때는 손에 가방만 들려 있고, 밖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가방하고 뭔가 꼭 들려 있어. 집에 갈 때는 빈손으로 안 가더라구."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우리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주셨는데, 어디 가면 빈손으로 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진산에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서 알지. 효자 났다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그날도 내 사무실에 선물을 사 들고 왔잖아."
"그래요? 저는 몰랐어요."
"그날 차 한 잔 하고 가면서 한번 놀러 오라고 해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도 인사차 월명동에 들렀더니 다 파헤쳐져서 어디가 어딘지 알지 못하겠더라구.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어서 형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형이 나를 먼저 보고 반갑다고 손을 흔들면서 다가오는데 작업복에 흙이 묻어 엉망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