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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그를 본 사람들

회상 2 [한 편의 큰 가르침]

한 편의 큰 가르침

 

 

회상 2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앞으로 살아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노후에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될까?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각오를 하지만 막연하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으레 하는 고민이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초조해진다. 이리저리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다 자연스레 내가 서 있는 월명동으로 돌아온다. 

 

개발 전의 월명동 모습

 

 

월명동!

먹고 살기 힘들다고 동네 사람들이 떠난 곳에는 빈 집터와 전답들이 가시덤불과 잡초로 우거져 있고, 인삼을 캐고 난 비탈진 인삼밭에는 어느덧 나무들이 내 팔목만큼 자라서, 산인지 밭인지 구분이 되지 않고 삭막하고 보잘 것 없다.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선생님(정명석 목사), 저기 좀 보세요. 인삼 캔 곳이 이제는 너무 우거져서 호랑이 나오겠네요."

"야! 다 산이 됐구나. 예전에는 나무를 하려 해도 나무가 없었는데, 산에는 사람도 못 들어가겠다. 저 집 좀 봐. 집은 사람이 비우면 저렇게 된다니까. 저 집이 고집사네 집이야. 여기는 우리 옆집 있던 자리인데 집까지 없어지고 밭을 만들었네. 이 동네가 몇 가구 안 됐지만 나 빼고도 목사님이 6명이나 나왔다. 한 동네에서 이렇게 목사가 나온 동네 찾기 힘들 거야." 

​"선생님, 우리가 떠난 지 몇 년 안 된 것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네요. 풀만 베려고 해도 엄청 여러 날 걸리겠는데요"

 


다음날 새벽부터 일어나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고, 가지치기도 하고, 길도 닦고 정신이 없었다. 주방 시설과 숙소가 없어 밖에 가마솥을 놓고 나무로 밥을 지어 먹고. 텐트 치고 잠 자고, 밤늦도록 기도굴을 보수하고, 새벽에 찬양하고 말씀 들으면서 월명동 터 잡기는 그렇게 진행되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선생님께서 늘 맨 앞에 계셨다. 

 

개발의 일선에 있는 정명석 총재

 

 


어느 날, 산에서 자정이 넘어 집으로 돌아오신 선생님께서는 넘어지듯이 마루에 쓰러지셨다. 깜짝 놀라 선생님을 부축하여 방으로 모시려 하자, 

 

선생님께서는 

"괜찮다. 잠시 여기서 좀 누워 있어야겠다." 

라고 하셨다.

​ "지금 병원에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너무 무리하셨습니다. 선생님처럼 일하시면 무쇠라도 견디지 못합니다. 마루에 계시지 말고 방으로 들어가셔서 누우시지요."

​"아니야. 괜찮다. 전쟁터에서도 견디고 온 몸인데 별일이 있겠냐"

"몸 생각 하시면서 일을 하셔야지 무리하시면 큰일 납니다. 과로처럼 건강에 위험한 것이 없다고 합니다. 젊은 저희들과 다릅니다. 새벽부터 말씀 전하시고, 사람들 만나시고 쉴 틈이 없으니 몸이 견딜 수 없는 것입니다."

"괜찮아, 물이나 좀 줘라." 

"여기 있습니다."

"그래. 이거 한 잔이면 만사가 해결 된다."

 

 

 

 

내가 하지 않고 지시만 하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지도자는 먼저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이제 선생님께서는 말씀만 전하시고, 일하는 것은 지시만 하시지요. 일은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내가 하지 않고 지시만 하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지도자는 먼저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내가 일을 안 하고 시킨다고 해서 건강에 얼마나 유익이 되겠냐?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던 힘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고, 오늘 이 하루가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마지막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 왔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아쉬움이나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

 

섭리역사 10여 년 동안 고달픈 셋방살이 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우리들도 하나님께 마음 놓고 밤새워 찬양하고, 기도하고, 영광 돌릴 수 있는 장소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을 때, 이곳을 허락하시고 인도해 주셨다. 오랜 세월 셋방살이하면서 서러운 일도 많았다. 셋방살이 서러움은 셋방살이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심정 모를 것이다.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시고 이곳으로 인도해 주셨으니 얼마나 기쁜 일이냐?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셋방살이하던 부모님이 먹을 것, 입을 것, 아끼고 아껴서 집을 사서 이사하면, 며칠 동안 잠을 못 잔다고 하지 않느냐?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꼬집어 보기도 하고, 방바닥을 두들겨 보기도 하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이게 정말 내 집인가?' 하고 집문서를 꺼내어 확인하기도 한다지 않더냐? 고생 고생 하다가 집을 새로 사서 이사한 모든 부모들의 심정이 그러할 것이다. 애들이 크게 웃지도, 떠들지도, 뛰지도 못하고 집주인 눈치를 보며 살았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냐? 부모 심정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자식이 몇 명만 돼도 그러한데, 나는 따르는 자들이 많으니 내 심정이 더 탔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