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입춘대길 (1) [한 편의 큰 가르침]

한 편의 큰 가르침

 

입춘대길(立春大吉) (1)

 

 

​83년도에 선생님(정명석 목사)께서는 불광동에 살고 계셨다. 그때는 학교나 직장이 일찍 끝나면 으레 선생님 댁을 들러서 집으로 가는 것이 일상이던 시절이었다. 나 역시 선생님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후, 선생님께서는 집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 "마침 잘 됐다. 내가 개사를 하는데 노래까지 불러 가면서 개사를 하려고 하니 원곡이 잘 생각이 나지 않고 잘 안 된다"고 하셨다. 


그러니 "너희들이 원곡을 불러 봐. 그러면 내가 한 소절씩 개사를 할 테니"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소절씩 불러 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가요를 가지고 개사를 하고 계셨다. 한 소절 한 소절을 개사하시던 선생님께서는 "야! 누가 이것 좀 여기까지 불러 봐"라고 하시면서 개사하신 한 소절을 주셨다. 이렇게 한 자 한 자 신중하게 개사를 해 나가셨다. 

그때 당시 이미 몇 편의 개사곡이 나와서 열심히 부르고 있었는데 우리 몇몇 남자들은 이번 개사곡에 대해서 많은 염려를 하였다. 

'그러잖아도 이단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하필이면 뽕짝을 개사하여 예배 시간에 부르다니 우리가 이단이오 하는 것이 아니겠어? 그러니 정 개사를 하시려면 찬송가나 성가 아니면 가곡을 개사하시면 좋겠는데. 그것이 휠씬 품위 있고 좋겠는데. 그럼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선생님께 한번 말씀드려 봅시다' 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가면서 열기를 더해 갔고 선생님께서 오늘 개사한 것을 읽어 주시며 "가사 좋지" 하시면서 매우 흐뭇해 하셨다. 

"네, 아주 좋습니다" 

"그래, 그러면 다 같이 불러 봐!" 

우리들은 어설프지만 힘차게 불렀다. 

"그봐, 이렇게 부르니 너무 좋지? 찡하니 가슴에 와 닿는 것이 다르잖아. 자 오늘 여기 서 끝내야겠다." 


그때 어떤 회원이 "선생님, 가곡이나 성가를 개사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말씀드렸더니 

"그것도 좋지. 그렇지만 지금 우리들이 부르는 찬송가 중에도 그 나라의 민요에 가사를 붙인 것도 있잖아? 어떤 사람들은 가요를 뽕짝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우리 정서에 잘 맞고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잖아. 그리고 아무리 멜로디가 뛰어나고 아름다운 곡이라 할지라도 가사가 외설스럽고 나쁜 단어로 된 가사라면 그 노래가 좋은 노래라고 할 수 있겠냐? 찌그러진 냄비라도 그 안에 좋은 음식이 들어 있으면 좋지 않겠어? 사람도 마찬가지야. 얼굴이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그 행실이 사람다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얼굴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뽕짝에 하나님 말씀이 들어가고 주님 사상이 들어가면 이것이 바로 성가가 아니겠어. 공산당도 공산당 사상 빼고 하나님만 들어가면 무섭게 신앙생활할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무엇인가가 문제지. 사람들이 겉만 보고 판단하고 숨은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 상대를 잘못 이해하고 오해를 하는 거 아니겠냐?  민요도 뽕짝도 가곡도 클래식도 다 음악이고 무엇이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면 되는 것이지 무슨 형식이 있어? 형식은 다 사람이 만든 것이고 겉모양에 불과한 거야. 누가 이 부분 다시 한 번 불러 봐,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네! " 



>> 입춘대길(2)에 계속